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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디지털 기기로 동화책 보여줘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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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일 가정 양립을 꿈꾸는 워킹대디의 육아칼럼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와 같은 디지털 기기가 우리 주변에 보편화되면서 다양한 유아용 콘텐츠도 나오고 있습니다. 단순히 그림과 소리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영상과 게임 등으로 다양하게 즐길 수 있게 해 줍니다. 비용도 저렴한데다, 집안을 굳이 책장으로 도배할 필요도 없죠. 종이로 된 책은 거들떠보지 않는 아이라도 아이패드로 뽀로로 동영상이나 전자책으로 된 동화책은 잘만 봅니다.

 

얼마 전 ​어떤 엄마분이 제게 "저희는 집에서 아이패드로 동화책을 보여주는데 종이책으로 읽어주는 쪽과 어느 쪽이 좋을까요?"라는 질문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결론만 말하면 적어도 취학 이전의 유아라면 디지털 기기를 멀리하는 쪽이 좋습니다.

 

물론 디지털 기기는 분명 많은 장점과 편리함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의 단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로, 아이가 받아들이기에는 자극이 너무 많습니다. 우리가 책을 읽고 라디오로 듣는 것보다 TV나 영화로 보는 쪽이 머리에 더 잘 들어옵니다. 영상은 눈과 귀를 통해 뇌에 훨씬 많은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현대인들이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노출되면서 뇌에 과도한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더욱이 중독성은 훨씬 강합니다.

 

하물며 아이들은 어떨까요. 머릿속에 들어올 수 없을 만큼의 많은 정보가 주입된다면 아이의 뇌는 과부하에 걸려 오히려 성장을 저해합니다. 충분히 뇌가 성숙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디지털 기기를 주는 것은 입에 담배를 물려주는 것과 같은 것은 아닐까요.

 

두 번째로, 디지털 기기로 보는 영상은 책에 비해 상상력을 자극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책은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창의성을 키우는 가장 좋은 도구입니다. 글밥을 읽으면서 아이의 머릿속에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갑니다. 또한 글밥이 없고 그림만 있는 책은 아이 스스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상은 아이의 상상을 제약합니다. KBS 다큐프라임 <책 읽는 대한민국, 읽기혁명>에서 나온 실험은 인상적인데, 책으로 읽은 아이들과 영상으로 본 아이들에게 각자의 느낌을 그림으로 그리게 하였습니다. 책으로 읽은 아이들은 자기 나름대로 느낌을 개성있게 표현한 반면, 영상으로 본 아이들은 자신이 본 영상의 한 장면을 그대로 옮겼습니다. 즉, 디지털 기기는 아이에게 상상력 대신 정보를 제공할 뿐입니다.

 

세 번째로, 부모와의 친밀감을 형성하기 어렵다는 점. 아이는 혼자 책을 읽는 것보다 부모와 함께 읽으면 서로의 애착관계를 높이고 대화를 통해 책의 내용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많은 부모들은 디지털 기기를 아이의 손에 쥐어줄 뿐입니다. 특히 밥 먹일 때와 같이 아이의 관심을 빼앗는 수단으로 많이 활용합니다. 아이는 부모에게 배운 대로 손가락으로 아이콘을 클릭하거나 화면을 넘기는 것이 전부일 뿐, 시선을 스크린에 고정시킨 채 수동적으로 바라봅니다. 내용에 대해 생각할 여유도, 이해할 기회도, 대화도 없습니다. 아이는 디지털 기기로 동화책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스크린의 움직이는 영상과 소리에 빠져 있을 뿐입니다.

 

평소 책은 멀리하면서 디지털 기기에만 중독된 아이일수록 언어능력​이 떨어집니다. 심지어 나이는 벌써 7살인데 언어능력이나 독서 연령은 2, 3살짜리에 머물러 있기도 합니다. 뒤늦게야 책을 읽어주려고 해도 아이는 부모의 스마트폰을 달라고 떼를 씁니다. 30여 년 전, 제가 어린 시절 TV를 바보상자라면서 TV 덜 보기 운동을 했는데, 디지털 기기의 중독성은 무려 TV의 10배라고 합니다. 그러니 일단 중독되면 아이의 손에서 디지털 기기를 빼앗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부모들부터 디지털 기기에 중독된 것이 현실입니다. 공공도서관이나 키즈카페, 문화센터에 가면 아이들끼리 놀도록 하고 부모는 그 옆에서 스마트폰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그렇다보니 아이들 역시 디지털 기기에 너무 쉽게 노출됩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게 하려면 반드시 종이책을 읽어주어야 합니다. 독서 습관은 디지털 기기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디지털 기기는 보조수단으로 활용하되, 반드시 부모와 함께 해야 하고 하루에 1~2시간만 사용하도록 제한해야 합니다. 이미 중독되었다면 아이가 조금씩 디지털 기기로부터 멀어지도록 노력을 해야 합니다.

 

*칼럼니스트 권성욱은 울산 토박이이면서 공무원으로 13년째 근무 중이다. 36살 늦깎이 총각이 결혼하자 말자 아빠가 되었고 집사람의 육아 휴직이 끝나자 과감하게 직장에 육아 휴직계를 던져 시한부 주부 아빠로서 정신없는 일년을 보냈다. 현재 맞벌이 집사람과 함께 가사, 육아를 분담하며 고집 센 다섯 살 딸아이의 수발들기를 즐기고 있다. 인생에서 화목한 가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려고 항상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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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권성욱(atena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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