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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세부터 사교육行] 중국어부터 코딩까지 영유아 사교육 신풍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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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교습비만 200만 원…"엄마들 문의 많아"

[특집기획] 0세부터 사교육行

영유아 사교육비 시장이 3조 원을 훌쩍 넘어섰다. 2017년 육아정책연구소에 따르면 5세 아동 10명 중 8명이 사교육에 노출됐고, 1세 이전부터 적지 않은 아이들이 미술, 음악, 발레, 수영, 스케이트 등 예체능 과목과 국어, 영어, 수학 등 학습 과목을 위한 문화센터, 학원, 학습지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영유아기의 과도한 사교육이 사회 및 정서적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최근 부모들 사이에서는 고가의 중국어유치원, 코딩학원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사교육이 성행하는 등 사교육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영유아 사교육 시장, 이대로 괜찮은 걸까? 2017년 대한민국 영유아 사교육 시장의 현주소부터 과도한 사교육이 파생하는 문제점, 그리고 사교육에 휘둘리지 않는 부모들의 자녀 교육 방법까지 자세히 들여다본다.

<기사 싣는 순서>

① 생후 6개월부터 문화센터 뺑뺑이?!

② 중국어부터 코딩까지 영유아 사교육 신풍속도
③ [카드뉴스] 과도한 사교육, 아이에게 어떤 영향이?
④ 사교육 NO! 엄마표 홈스쿨링 실천하는 엄마들

"어머니, 빨리 등록하셔야 해요. 지금 세 자리 남았는데 금방 차요."

지난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소재 A중국어유치원. 학부모 상담을 담당하는 부원장은 기자에게 "중국어 교육 때문에 엄마들이 상담 받으러 많이 오신다. 이달에만 등록한 학부모가 4명 더 있다"며 "남은 TO는 금방 사라지니 등록하려면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어학원으로 등록돼 있지만 소위 중국어유치원으로 불리우는 이 교육기관은 중국어와 영어를 함께 가르치는 곳으로 언어교육에 관심있는 엄마들 사이에게는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 기관에서 아이들은 하루종일 중국어와 영어만 사용하며 중국어 수업은 중국 원어민에게 교습받는다. 입학비, 원복비 등을 제외한 한 달 비용은 170만 원.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엄마들의 문의는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게 기관 측의 설명이다.

이 부원장은 "중국어를 배우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다. 사립초등학교에도 중국어 교과목이 정규코스로 들어갔을 정도"라며 "때문에 3세부터 중국어 교육을 시작하겠다는 엄마들이 많다. 한달에 50만 원을 추가하면 매일 방과후 중국어 학습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자녀에게 더 다양한 것을 가르치고 싶은 부모들의 심리에 편승하는 고액의 사교육 기관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에는 영어유치원을 넘어 중국어유치원, 코딩유치원 및 학원 등 특성화 교육기관이 성행하며 과도한 조기교육 문화를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

◇ 한 달 교습비 200만 원 육박

특히 송파구 잠실동에 위치한 영유아 대상 B어학원은 중국어와 영어를 가르치는 동시에 영재테스트까지 진행해 부모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 학원에 입학하려면 영재선별 테스트에서 상위 5%안에 들어야 하고, 2차로 영어 회화 테스트에도 합격해야 한다.

한달 교습비는 190만 원, 교재비는 따로 6개월에 60만 원, 입학비 40만 원도 추가된다. 입학 절차가 까다롭고 비용도 부담되지만 우리 아이가 혹시 영재가 아닐까 하는 부모들의 기대심리에 입학문의는 꾸준하다.

얼마 전 이 교육기관에서 영재테스트를 본 한 엄마는 "7살 딸이 중국어 인터뷰까지 통과했다. 그냥 시험만 보자하고 봤는데, 막상 시험에 붙으니 아깝다"며 "1년 원비가 사악하긴 하지만 커리큘럼이나 케어가 투자할 만하다 싶으면 보내야 하나 고민된다"고 말했다.

오는 3월 개원을 앞둔 경기도의 C중국어학원도 원아모집에 바쁘다. '국제유치원'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중국 교재와 교구로 커리큘럼을 운영할 예정인 이 학원은 "아이들의 학습격차는 유치원 때부터 벌어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학원 관계자는 "특히 중국어 발음은 어린 나이에 배우지 않으면 커서도 교정이 되지 않는다"며 "요즘은 중국어가 영어보다 장점이 많아 부모들의 관심이 높다"고 전했다.

중국어학원뿐만 아니라 기존 조기교육 열품을 이끌었던 영어유치원들도 발 빠르게 중국어 반, 중국어 학습 프로그램을 늘이고 있는 추세. 오는 3월부터 중국어 방과후 과정을 들여온다는 신사동의 한 영어유치원 관계자는 "제2외국어에 관심이 많은 엄마들의 수요에 맞춰 유치원이 변하고 있다. 요즘에는 중국어뿐만 아니라 심지어 스페인어도 가르친다는 유치원이 있다고 들었다"고 귀뜀했다.

◇ 코딩유치원까지 성행

제2, 3외국어 조기교육을 넘어 컴퓨터 언어 '코딩'(코드를 활용해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드는 활동) 교육 열풍도 만만치 않다. 교육부가 2018 년부터 코딩을 초·중·고등학교 정규 과목으로 지정한다고 발표하면서 적지 않은 부모들이 코딩 선행학습에도 열을 올리고 있는 것.

7살 아들을 둔 한 학부모는 "코딩 교육상담을 받고 왔는데 벌써 4, 5세반은 자리가 없었다"고 넋두리를 했다.

이러한 부모들의 관심에 응답하듯 전국 곳곳에는 코딩유치원, 영유아 대상 코딩학원이 속속들이 생겨나 부모들의 교육열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이 교육기관들은 어린이가 코딩과 알고리즘 개발 능력을 쉽게 배울 수 있도록 개발된 스크래치 프로그램 등을 이용하며 아이들이 이야기, 게임, 애니메이션을 스스로 만들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이 수업을 듣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가격은 강남구 소재 학원 한 달 기준 23~30만 원. 주 1~2회 수업으로, 한 번 수업을 받는데 평균 4만 원 가량을 내야 한다. '코딩유치원'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교육하는 송파구의 한 학원은 누리과정에 코딩 프로그램을 추가해 한 달 100만 원에 육박하는 교육비를 받고 있기도 하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코딩 학원 관계자는 "대치동에는 로봇비용 등을 포함해 한 달 8회 수업 100만 원 넘게 받는 곳도 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비싼 가격만큼 코딩교육의 전문성은 담보될까. 컴퓨터공학 전공 교사가 수업을 진행하는 교육기관도 있지만, 일부 기관에서는 유아교육과 전공 교사가 코딩 자격증을 따서 아이들을 교육하고 있다. 이 자격증은 최근 코딩교육 열풍에 맞춰 속성으로 생겨난 것이 대다수로, 50~80시간 수업이수만 해도 발급되는 종류들이 적지 않다.

대구의 한 코딩유치원 관계자는 "코딩 교육이 갑자기 떴기 때문에 코딩을 가르칠 만한 사람이 없어 다른 전공자들이 코딩 재교육을 받아 가르치고 있는 실정"이라며 "전문성에 대해선 말하기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털어놨다.

◇ "과도한 조기 사교육, 문제행동 키운다"

급부상한 특성화 교육기관들은 조기의 교육이 추후 아이의 학습 능력과 미래에 대비할 수 있다고 부모들을 유혹하지만, 전문가들은 과도한 조기 사교육이 병폐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감을 표한다.

김은영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아이 발달 단계에 맞지 않은 과도한 교육은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일으키고 공격적 행동, 우울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교육 경쟁에 너무 노출되면 비행, 주의집중문제, 위축, 불안 등 다양한 사회적, 정서적 문제행동이 커진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육아정책연구소의 '한국아동패널 2008~2014 자료 심층분석 연구'에 실린 '영유아기 사교육 경험이 만 5세의 문제행동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영아기, 유아기 모두 사교육을 이용한 적 있는 아이는 문제행동(정서적 반응성, 불안·우울, 신체증상, 위축, 주의집중문제, 공격 행동 등) 점수가 15.26점으로 영아기, 유아기 모두 사교육을 이용한 적 없는 아이(10.21)보다 1.5배가량 높았다.

김 연구위원은 "아이들이 원하지 않는데도 확실하지 않는 미래를 위해 지금 아이들이 누려야 할 여유, 놀이, 행복을 희생하도록 하는 것은 '정서학대'라고 볼 수도 있다"며 "학습효과도 그리 크지 못하다. 유아기에 100시간을 투자해 이룬 학업성취는 초등학교 3학년이 되면 10시간 만에 이룰 수 있는데, 굳이 유아기에 많은 시간을 들여 미리 해야 할 이유가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연구위원은 "자녀에게 어릴 때부터 많은 경험을 시켜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영유아기는 충분한 수면과 영양, 부모와의 애착 형성, 친구들과 바깥에서 충분히 뛰어 놀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발달과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슬기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연구원도 "사교육 관련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조기교육은 영유아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크게 미치는 것은 물론, 소아정신과 전문의 60%가 학습 효율성과 발달 적합성 모든 측면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고 김 연구위원의 말에 힘을 실었다.

이 연구원은 "영유아 사교육이 정말 효과가 있는지 판단하는 장기적인 연구가 국가 수준에서 신뢰성있게 검증되면 부모들에게 훨씬 설득력있게 다가올 것"이라며 "'3세 이전에 뇌가 완성되므로 여러가지 조기교육이 필요하다'는 식의 잘못된 논리를 바로잡고, 아이들에게 놀 권리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주는 학부모 캠페인이 많이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정책으로 부모들의 인식이 바뀌면 과열된 영유아 사교육 시장도 차츰 완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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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주 기자(yj.lee@ibabynews.com)
출처 바로가기 : http://www.ibabynews.com/news/newsview.aspx?newscode=201701251534028600004247&categorycode=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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