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시에서 13명 규모의 가정어린이집을 운영하던 A 원장은 최근 폐원 절차를 알아보다가 CCTV 설치 시 지원받았던 금액을 모두 물어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어린이집의 경우 CCTV 카메라 3개, 모니터와 본체 등 설치에 총 108만원이 들었다. 자비로 21만6000원(20%)을 지출했고, 80%에 해당하는 86만4000원을 지자체에서 지원받았다. 

A 원장은 “아이들 급·간식할 돈이 없어 폐원하는데 CCTV 설치 지원금을 모두 물어내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법으로 정해 보조금을 줄 때는 언제고, 폐원하니 현금으로 물어내라는 것이냐”며 “우리가 보조금을 달라고 한 것도 아니지 않냐”고 토로했다. 심지어 CCTV를 떼어내는데도 비용이 4만원이나 들었다.

더 억울한 것은 구청이나 관련 업체 등의 태도다. 어린이집 원장들의 단체 카톡방에서 한 원장은 “계약 사항에 사후관리에 관한 조항이 없었다”면서 “설치 업체에 문의하면 떼는 건 다른 계열사 소관이라고 미루기만 하더라”고 썼다. 

또 다른 원장은 “그렇지 않아도 힘든데 마음까지 더 힘들게 한다”고 씁쓸함을 표출하기도 했다. 그는 “구청에 항의한 대찬 원장에게는 보조금을 회수하지 않은 사례도 있다고 들었다”면서 “목소리만 크면 되는 건지”라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경기도 보육정책과에 따르면, CCTV 설치이후 지난 3월까지 도내에서 폐원한 어린이집은 102개소로 반납(설치비 60, 현물 19), 체납 23개소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육정책과 관계자는 “현금반납을 할 수 없다며 막무가내로 현물을 가져다 놓고 가는 사례 등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장기 체납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어린이집 관계자는 “2015년 1월 기준 1만3500여개였던 어린이집이 2016년 1월 현재 1만2634개로 줄었다”면서 “1년간 800여개의 어린이집이 문을 닫았고 폐원은 계속 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도 보육정책과에 따르면, 지난 1분기에만 어린이집 102개가 문을 닫았다.

문제는 이렇게 문을 닫는 곳이 모두 ‘민간 및 가정어린이집’으로 개인이 투자한 ‘미지원 시설’이라는 점이다. 도내 미지원 시설은 전체 어린이집의 90%를 넘는다. 

이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경영이 어려워 문을 닫는 어린이집에 CCTV 설치 보조금을 토해내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현금대신 CCTV를 떼어갈 수 있도록 지침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도청 보육정책과 관계자는 “현물 반납 시 시군에서 2015년 미설치 어린이집이나 보육실증개축 등에 이관해 재활용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 지침을 개정해 줄 것을 건의했다”면서 “의견수렴을 하고 있는 중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르면, 어린이집 폐지 시 설치비 등 반납은 3년을 기준으로 감가 상각해 현금으로 하도록 했다.

한편 정부는 2015년 1월 인천의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한 뒤 영유아 안전과 인권보호를 위해 영유아보육법 개정을 추진, 지난해 12월부터 어린이집에 CCTV 설치가 의무화 됐다. 

정부는 어린이집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CCTV 설치비 272억원(국비 기준)을 추경으로 확보해 지원했다. 올해부터는 어린이집 개원 조건에 'CCTV 설치'가 들어 있어 보조금은 지급하지 않고 있다. 어린이집 보육실·공동놀이실·놀이터·식당·강당에 각 1대 이상 설치해야 하며, 설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300만원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