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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는 어린이집 '이중고' 원아 줄고, 정부는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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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측 "아동 수는 주는데 저가 보육료까지 경영난 극심"
맞춤형 보육 정책에 반발 상당…저지 결의대회·휴원 투쟁 예고도

 

 

#1. 지난해 일산에서 서울 마포구로 이사 온 주부 김모 씨(32)는 둘째 아이 보육 문제로 한동안 시름을 앓았다. 아이를 맡기기 위해 마포구 소재 어린이집마다 전화를 걸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지금은 자리가 없다', '빨라야 3개월 늦으면 1년도 더 걸린다', '일단 대기자에 올려두겠다'는 말 뿐이었다. 그러다 기적적으로 한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받아주겠다는 통보를 받고 가슴을 쓸어내린 김 씨. 그는 "서울과 같은 거주인구가 많은 지역에는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며 고개를 저었다.

#2. 지난 2012년부터 경기 김포시에서 가정어린이집을 운영 중인 김모 원장(50)은 요즘들어 한숨이 부쩍 늘었다. 하루 10~12시간을 일하면서도 기본적인 용돈벌이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 매달 들어오는 보육료에 비해 관리비, 급식비에 보육교사 인건비까지 나가는 금액이 더 많아 적자 상태에 몰렸다. 이래서는 더 이상 어린이집을 운영할 수 없다는 생각마저 든다. 김 원장은 "아침에 아이들을 맞으면 한없이 기쁘다가도 모두 하원하고 저녁 때가 되면 문을 닫아야 하나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며 또 한 차례 한숨을 내쉬었다.

극심한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문을 닫는 민간·가정 어린이집이 늘어나면서 전국적으로 그 수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이에 아이를 보낼 마땅한 보육기관을 찾지 못하는 부모가 늘고 있어 이른바 '보육 난민' 문제가 또 다른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 2012년 무상보육 도입으로 전국에 어린이집 수가 급증했지만, 저출산에 따라 원아 수가 줄어들면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이뤄져 결국 경영난이 심화됐다. 더욱이 정부가 매월 가정양육수당 20만원을 지급하는 정책을 도입하고, 누리과정 예산 등으로 보육대란 파행을 겪으면서 폐원하는 어린이집 수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현장에서는 아동 1인당 기본보육료가 너무 적게 책정된 부분도 어린이집 운영에 어려움을 끼치는 주요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3월부터 아동 1명당 기본보육료를 3% 인상했지만, 민간·가정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어린이집 원장들은 "전혀 현실성이 없는 인상폭"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최저시급에 해당하는 보육교사들의 인건비는 지난 4년간 31만원이 올랐지만, 같은 기간 보육료는 24만원(20명 정원을 충족하는 가정어린이집의 경우)밖에 오르지 않아 '수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저출산 현상으로 아동충원률 100%를 채우는 어린이집도 찾아보기 힘들어 보육료 수입은 점점 줄어들고 있어 현장에서는 "지출하는 부분은 계속 늘어나는데 보육료 수입은 더욱 줄어들어 운영 부담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민간·가정어린이집과 같은 인건비 미지원 시설은 아동 수에 따라 보육료가 지원되기 때문에 재원 아동 수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김포에서 가정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 원장은 16일 '데일리안'에 "아동 수에 따라서 보육료가 통장에 들어오지만 사실 급식비에서만 차이가 있지 월 임대료나 관리비, 기타 공과금 등 운영비는 아동 수에 관계없이 매달 똑같이 들어가는 고정지출금액"이라며 "그런데 원아 수는 계속 줄어들고 있고 보육교사 인건비나 물가는 인상되고 있는데, 보육료 인상율은 전혀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있어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너무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김 원장은 "그렇다고 원장들이 교사의 봉급을 깎거나 근무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권한도 없다. 이런 것은 다 제쳐두고서라도 교사들의 인건비가 오르는 만큼 보육료 인상폭을 맞춰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다음 달에 당장 문을 닫더라도 왜 어린이집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지 정부가 현실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복지부가 공개한 보육 통계(2015년)에 따르면 2015년 12월 31일 기준 전국의 민간·가정어린이집 수는 줄곧 오름 추세에 있다 지난 2014년부터 하락세를 보였다. 2013년 3만 8383개소였던 민간·가정어린이집은 2014년 3만 8140개소로 243개소 줄어들었으며, 2015년에는 3만 6700개소로 전년에 비해 1440개소로 줄어 그 수가 급격하게 감소했다. 2년간 전국적으로 1683개소가 문을 닫은 셈이다.

이를 두고 정광진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 회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원아 모집이 안 되고 있는 것이 첫 번째 이유고, 두 번째는 보육료가 원가의 미만 즉 저가 보육료라 계속 적자 형태로 운영이 되니 결국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 어린이집이 문을 닫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작년부터 누리과정 예산 파동이 본격화되면서 원아 충원이 잘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 이전에는 80~85% 정도로 충원이 됐다면 지금은 충원율이 70% 미만인 곳도 많다"며 "국공립·법인어린이집은 관별 교사 인건비가 지원되고 있는데 비해 민간·가정어린이집의 경우에는 아동수별 기본보육료가 들어오고 있어 굉장히 어려움이 많은데 이에 더해 7월부터 맞춤형 보육이 시행되면 금년에 폐원하는 민간·가정어린이집이 5000곳 정도 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맞춤형 보육' 정책, 허덕이는 어린이집에 기름 붓는 격?

현재 어린이집 측은 정부가 올해 7월부터 시행 예정인 '맞춤형 보육' 정책(만 0~2세를 대상으로 아이의 발달단계와 부모의 필요에 맞는 보육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에 대해 여러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맞춤형 보육은 취업·구직·장애·다자녀·입신·한부모·조손가정·입원·학업·저소득층·다문화 등에 해당하지 않는 가정을 이용 대상으로 하고 있다. 위 사항 중 한 가지에도 속하지 않는, 예컨대 전업주부의 경우에는 오는 7월부터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1일 7시간미만으로 운영되는 '맞춤반'에 아이를 맡겨야 한다. 정부는 이 맞춤반 원아의 기본료를 종일반 원아의 80%로 책정했다.

현재 정부는 맞춤형 보육 정책의 시행 목적에 대해 '부모와 아동간의 애착 형성시간을 늘린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일선 현장에서는 이 같은 정부의 설명에 "표면상의 명분일 뿐 실질적으로는 보육료 예산을 삭감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맞춤반 원아의 보육료가 종일반 원아 보육료의 80%로 책정돼 맞춤반 원아 이용이 많은 민간·가정어린이집은 현재보다 더 큰 운영상의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또한 일부 원장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오전 9시부터 3시까지(6시간) 맞춤반을 운영하도록 규정하면서도 맞춤반 교사의 인건비는 종일반(8시간 이상) 교사와 동일하게 지급하도록 한 점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이에 맞춤반 담당 보육교사의 인건비를 근무 시간에 맞게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한어총)는 맞춤형 보육 정책 도입을 내년으로 연기하고, 정부와 국회에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촉구해왔다. 한어총 측은 "전업주부의 종일형 보육에 제한을 두는 맞춤형 보육은 '기회의 평등'과 '형평성'의 원칙에서 벗어난 것일 뿐 아니라 정부 보육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잃었다고 할 수 있다"며 안정적인 맞춤형 보육 실시를 위해서는 보육료 단가의 현실화와 보육료 상향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민어연) 역시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맞춤형 보육에 대한 반대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민어연 측은 성명을 통해 "실수요자 위주 이용시간 개편으로 보육서비스 질이 개선된다는 정부의 주장은 전혀 근거 없는 허구"라며 "보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종일제 보육 8시간제 및 보육료 현실화가 시급한 선결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복지부는 현장의 어려움을 이해한다면서도 국가 전체 재정적 측면에서 다른 복지사업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원칙적인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회에서는 맞춤형 보육에 맞춰 종일반 아동 보육료 6% 인상하도록 예산을 확정했는데, 현장의 어려움을 감안해 가능한 예산 범위 내에서 3월부터 6월까지는 3%를 우선 인상한 것"이라며 "물론 현장에서는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겠지만 전체적인 국가 재정 측면에서 다른 복지사업과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맞춤형 보육 정책과 관련해서는 "7월부터는 종일반 아동의 보육료를 6%로 올리기로 결정된 부분이라, 맞춤반 아동의 보육료 단가는 6% 인상된 종일반 아동 보육료의 80%로 책정됐다. 더욱이 맞춤형 보육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정에 매월 15시간씩 긴급보육바우처를 지원하기로 해 어린이집의 보육료 수입은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시범사업을 토대로 해서 추정치를 계산한 바에 따르면 전체적으로는 어린이집의 보육료 수입이 15년 수준을 유지하거나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어총은 오는 23일 서울광장에서 전국어린이집 보육교직원 2만명이 모여 '어린이집 0~2세 맞춤형보육 제도개선 및 시행연기 촉구 결의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아울러 민어연 측은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맞춤형 보육정책 철회 또는 시행연기를 하지 않을 경우 불가피하게 강력한 대정부투쟁에 나설 것"이라며 6월 하순경 전국 동시 휴원 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http://www.dailian.co.kr/news/view/572718/?sc=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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